朴대통령 “비슷하게 당해 더 가슴 아파” 공항서 병원 직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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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美대사 피습 이후]
중동순방 마치자마자 리퍼트 병문안

출입기자들과 전용기안에서 대화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카타르 도하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탄 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도하=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출입기자들과 전용기안에서 대화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카타르 도하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탄 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도하=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지….”

박근혜 대통령은 9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입원한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2006년 피습과 이번 리퍼트 대사의 사건이 너무나 닮았다며 “하늘의 뜻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악의 테러 사건을 오히려 한미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굳건한 한미동맹’ 알린 전격 병문안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를 만나 “저도 2006년 비슷한 일을 당해 바로 이 병원에서 두 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았는데, 대사님도 같은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팠다”고 위로를 전했다. 이어 “상처 부위(왼쪽 뺨)도 그렇고, 수술 시간도 그렇고 비슷한 점이 많다”며 “그때(2006년) 의료진이 ‘하늘이 도왔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하늘이 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늘의 뜻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대통령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수술을 받은 병원과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은 큰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 의료진이 과거 대통령을 수술한 경험이 있어 같은 부위에 상처를 입은 저를 수술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대통령께 빚을 진 것 같다”고 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채널A 인터뷰에서 “‘한 그룹 회장이 리퍼트 대사의 병원비를 모두 내겠다고 한다’고 전하자 박 대통령은 ‘가슴에서 나온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병문안을 두고는 청와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즉시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원부터 찾았다. 여독(旅毒)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파격 행보였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리퍼트 대사가 10일 퇴원하는 만큼 이날 방문하거나 리퍼트 대사가 퇴원하면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 미국대사 테러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파격 행보를 두고 2004년 천막당사 이전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탄핵 후폭풍과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위기를 맞자 박 대통령은 당 대표에 선출되자마자 천막당사 이전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한 템포 빠른 결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 “날짜 조정해 여야 대표 만나겠다”

박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야 대표 회담도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귀국하면 여야 대표들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날짜를 서로 조정해서 만나야 되겠지요”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식 행사 직전 여야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바 있다. 이르면 이번 주에 3자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귀국과 동시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올해 안에 정책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나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구조 개혁 등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서 “이번 순방 중 안타까운 것은 청년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국회의 법안 통과를) 계속 기다려도 안 되니 (청년 일자리를) 해외에서 찾자는 생각에 이번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리퍼트#병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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